- [26회 탄산수] 사서 잘 쓰는 제품, 실패한 제품! 요즘은 어디서 쇼핑하세요?
- 여자라테시즌2제26회.[정화백의탄산수]살면서 잘샀던, 실패한 제품들 얘기해 보기, 주 쇼핑형태의 변화 알아보기 엄마들은 찬거리에서부터 집, 자동차까지 모든 가정 내 구매에관여를 하..
수다팟
- [13회 라테이슈] 가정환경조사서, 가정방문... 이제는 어떻게 하고 있나?
- 사서.경기도에서 실시한 가정환경 조사와 관련한얘기에서학교와 선생님, 학생들, 엄마들의소통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 봅니다.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팟빵앱에서아이폰은 팟캐스트에서 찾고 들을..
수다팟
- 가족의 한마디! 나, 이럴 때 정말 섭섭해!
- 사서보내시는 시어머니 정말 싫다 으으으으
맘리서치
-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하시나요?
- 사서먹었습니다..얻어서먹었습니다..돈더들던데요...맛도없구요..못하더라도, 배워서 직접담그니깐, 아이들과 김치에대해서 더많이 알게되고 먹게되더군요...
맘리서치
- 김남주씨~이렇게 답해주세요~
- 사서간다면 좀 더 점수딸수 있겠죠^^
맘리서치
- 이곳으로 포토에세이를 써야할지 그 밥이뭔지
- 사서먹던지 간편식 먹던지 그러다가 지친 남자가음식을 하는 집도 있다 고는 한다남자도 음식을 하는 세상이고 여자도 아무리 바쁘게 산다고 해도 기본 음식을 할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방
- 운동 10 년차 .. 86 지점
- 사서하면더 좋겠지만서도 걸고 할때도 마땅찮고아직은 필요성이 좀 더 남았다고 봅니다또 아령을 갖고와서 한개라도 들기를 더합니다또 발차기를 누워 엎드려 몇개씩이라도 더 합니다평소 운동..
에세이
- 봄나물에 투영된 재래시장의 단상 염정금 오매 환장하겠네 근질대는 이 기운 어찌할 거나 눈 녹는 개천이 돌돌 휘돌면 버들강아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잦은 봄비에 가지마다 톡톡 새순이 돋는 봄 보릿고개 시절 고봉으로 떠 담아도 늘 허기져 볼 언저리 마른버짐 피었던 우리들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입버릇처럼 챙겨주시는 할매 목소리 밥 굶지 않은 21세기에도 자꾸만 환청으로 들려와 바구니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을 휘돌며 갓 싹 올린 달래 냉이 씀바귀를 찾는다 자작시 봄날처럼 학기말 봄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오곤 했다. 그 때마다 옆에 사는 동갑내기 아이와 들로 산으로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외할머니는 캐온 나물을 데쳐 들기름 잔뜩 넣어 무쳐 주었고 나물 캐느라 밥 때를 놓친 나는 밥 두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 댁에 가면 늘 할머니의 인사가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였고 행여 손주 살 내릴까 싶어서인지 고봉으로 밥을 퍼 주셨다. 김장김치가 적당하게 익는 것을 넘어 시큼해진 요즘, 달래. 냉이, 씀바귀는 향긋함으로 입맛을 살리고도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봄나물이 가난한 시절 곡식을 대신했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마저 먼 보리 고개 시절, 산야의 나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해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로 배를 채워야했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곡절한 사연을 들었던 세대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길 가 풀숲을 헤치고 쑥과 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간혹 동천 변이나 공원 변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아주머니가 한 둘 눈에 띄긴 하지만 요즘엔 쑥, 냉이, 달래 봄나물들이 대량으로 재배되어서인지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다니는 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농협마트에 들렸다 포장된 쑥과 보리 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토장국 생각이 나 사 왔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쌀 뜨물 진하게 받고 보리새우까지 넣어 끓였는데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하기야 요즘 나물도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 나물과는 맛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컸다. ‘남창 재래시장에 가면 분명 노지 나물이 있을 거야.’ 어릴 적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캤던 나물을 떠 올리며 아래 장 채소 전을 찾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소 전엔 줄기가 긴 재배 쑥과 다른 짧고 도톰한 줄기에 잎이 풍성한 쑥부터 시작해 잎보다 뿌리가 통통한 냉이, 달래, 여린 머위 등 봄나물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한눈에 봐도 논두렁, 밭두렁에서 캐온 야생 봄나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엔 쌀뜨물 진하게 받아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끓여 주시고. 봄이면 손수 캔 쑥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쑥버무리와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와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면 가지나물, 밀가루 묻힌 여린 고추무침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게 하곤 해서인지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입맛을 잃을 때면 할머니의 시래깃국과 봄나물 반찬이 생각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봄나물 파는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투영되었고 봄 향기를 넘어 초등 시절, 외할머니 댁을 찾을 때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쑥과 냉이, 달래가 반기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들어선 듯 푸근했다. 현산면에 사신다는 할머니가 밭둑에서 직접 채취해 왔다는 쑥, 냉이, 달래를 사와 봄 밥상을 차렸다. 봄 도다리쑥국, 냉이나물, 달래장이 곁들어진 밥상! 오랫동안 잊고 산 추억의 빗장을 풀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불러들였다. 남편도 봄엔 봄 도다리쑥국이 최고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올봄, 향긋한 봄 밥상을 전한 재래시장은 외할머니의 깊은 정이 배인 봄나물 추억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5일 장인 재래시장을 보러 갈 때면 꼭 나를 데리고 갔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그리고 간간이 사온 생선이나 채소 등을 들고 와 내 곁에 두고 또다시 다른 것을 사러 가셨다. 그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보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에 젖곤했다. 물건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조는 꼬막 장수 할머니에게선 갯벌에서 일하던 모습이 상상되고, 수북한 나물 대야 앞에 둔 아주머니에게선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며 나물 캐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까지 떠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할 수 있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맵찬 겨울과 뙤약볕에 구슬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여름도 있었지만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의 각종 나물이 가득한 봄과 감, 밤, 배, 대추 등 풍성한 가을의 재래시장은 무안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전이나 어물 전에 서 있는 날이면 팔고 사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채소, 나물, 생선의 이름은 마치 우리 산야,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어릴 적 즐거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였지만 북적거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펄떡이는 생선, 싱싱한 야채 등을 보며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재래시장의 추억은 어디 이뿐일까. 시장을 다 보신 후 사 주신 설설 끓듯 내어온 뜨끈한 순대 국밥이나 팥죽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자리해 곧잘 찾는 음식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보다 그 끝에 따르는 순대 국밥과 팥죽 때문에 두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는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전통 5일 장은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우리 토종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을 넘어 사람살이까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찾은 시장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웃,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움을 통해 그 간 살이의 정보를 듣는 훈훈한 장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어물전의 질척임과 비릿한 내음은 바닷사람의 짠 내음 나는 고단함이 전해지고 누릿함이 코를 후비는 육 전에서는 소 한 마리를 잡던 옛 고향 마을 잔치 같은 풍성함이 전해진다. 각종 채소를 파는 채 전에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산야를 휘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곤 하였다. 유리 칸에 말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의 상품은 잘 다듬어져 편리하긴 하지만 진득한 그리움, 정겨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일부러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찾는다. 북적임, 질척임, 소란함, 훈훈함, 넉넉함, 정겨움이 두 팔로 안아 반기는 아랫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머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남창 장엔 어물 전에 들려 봄철 제일 맛있다는 멍게 가득 사와 멍게 비빔밥을 해 먹어야겠다. 봄나물에 투영된 재래시장의 단상 염정금 오매 환장하겠네 근질대는 이 기운 어찌할 거나 눈 녹는 개천이 돌돌 휘돌면 버들강아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잦은 봄비에 가지마다 톡톡 새순이 돋는 봄 보릿고개 시절 고봉으로 떠 담아도 늘 허기져 볼 언저리 마른버짐 피었던 우리들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입버릇처럼 챙겨주시는 할매 목소리 밥 굶지 않은 21세기에도 자꾸만 환청으로 들려와 바구니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을 휘돌며 갓 싹 올린 달래 냉이 씀바귀를 찾는다 자작시 봄날처럼 학기말 봄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오곤 했다. 그 때마다 옆에 사는 동갑내기 아이와 들로 산으로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외할머니는 캐온 나물을 데쳐 들기름 잔뜩 넣어 무쳐 주었고 나물 캐느라 밥 때를 놓친 나는 밥 두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 댁에 가면 늘 할머니의 인사가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였고 행여 손주 살 내릴까 싶어서인지 고봉으로 밥을 퍼 주셨다. 김장김치가 적당하게 익는 것을 넘어 시큼해진 요즘, 달래. 냉이, 씀바귀는 향긋함으로 입맛을 살리고도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봄나물이 가난한 시절 곡식을 대신했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마저 먼 보리 고개 시절, 산야의 나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해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로 배를 채워야했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곡절한 사연을 들었던 세대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길 가 풀숲을 헤치고 쑥과 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간혹 동천 변이나 공원 변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아주머니가 한 둘 눈에 띄긴 하지만 요즘엔 쑥, 냉이, 달래 봄나물들이 대량으로 재배되어서인지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다니는 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농협마트에 들렸다 포장된 쑥과 보리 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토장국 생각이 나 사 왔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쌀 뜨물 진하게 받고 보리새우까지 넣어 끓였는데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하기야 요즘 나물도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 나물과는 맛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컸다. ‘남창 재래시장에 가면 분명 노지 나물이 있을 거야.’ 어릴 적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캤던 나물을 떠 올리며 아래 장 채소 전을 찾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소 전엔 줄기가 긴 재배 쑥과 다른 짧고 도톰한 줄기에 잎이 풍성한 쑥부터 시작해 잎보다 뿌리가 통통한 냉이, 달래, 여린 머위 등 봄나물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한눈에 봐도 논두렁, 밭두렁에서 캐온 야생 봄나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엔 쌀뜨물 진하게 받아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끓여 주시고. 봄이면 손수 캔 쑥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쑥버무리와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와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면 가지나물, 밀가루 묻힌 여린 고추무침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게 하곤 해서인지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입맛을 잃을 때면 할머니의 시래깃국과 봄나물 반찬이 생각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봄나물 파는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투영되었고 봄 향기를 넘어 초등 시절, 외할머니 댁을 찾을 때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쑥과 냉이, 달래가 반기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들어선 듯 푸근했다. 현산면에 사신다는 할머니가 밭둑에서 직접 채취해 왔다는 쑥, 냉이, 달래를 사와 봄 밥상을 차렸다. 봄 도다리쑥국, 냉이나물, 달래장이 곁들어진 밥상! 오랫동안 잊고 산 추억의 빗장을 풀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불러들였다. 남편도 봄엔 봄 도다리쑥국이 최고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올봄, 향긋한 봄 밥상을 전한 재래시장은 외할머니의 깊은 정이 배인 봄나물 추억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5일 장인 재래시장을 보러 갈 때면 꼭 나를 데리고 갔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그리고 간간이 사온 생선이나 채소 등을 들고 와 내 곁에 두고 또다시 다른 것을 사러 가셨다. 그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보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에 젖곤했다. 물건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조는 꼬막 장수 할머니에게선 갯벌에서 일하던 모습이 상상되고, 수북한 나물 대야 앞에 둔 아주머니에게선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며 나물 캐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까지 떠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할 수 있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맵찬 겨울과 뙤약볕에 구슬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여름도 있었지만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의 각종 나물이 가득한 봄과 감, 밤, 배, 대추 등 풍성한 가을의 재래시장은 무안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전이나 어물 전에 서 있는 날이면 팔고 사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채소, 나물, 생선의 이름은 마치 우리 산야,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어릴 적 즐거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였지만 북적거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펄떡이는 생선, 싱싱한 야채 등을 보며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재래시장의 추억은 어디 이뿐일까. 시장을 다 보신 후 사 주신 설설 끓듯 내어온 뜨끈한 순대 국밥이나 팥죽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자리해 곧잘 찾는 음식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보다 그 끝에 따르는 순대 국밥과 팥죽 때문에 두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는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전통 5일 장은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우리 토종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을 넘어 사람살이까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찾은 시장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웃,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움을 통해 그 간 살이의 정보를 듣는 훈훈한 장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어물전의 질척임과 비릿한 내음은 바닷사람의 짠 내음 나는 고단함이 전해지고 누릿함이 코를 후비는 육 전에서는 소 한 마리를 잡던 옛 고향 마을 잔치 같은 풍성함이 전해진다. 각종 채소를 파는 채 전에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산야를 휘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곤 하였다. 유리 칸에 말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의 상품은 잘 다듬어져 편리하긴 하지만 진득한 그리움, 정겨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일부러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찾는다. 북적임, 질척임, 소란함, 훈훈함, 넉넉함, 정겨움이 두 팔로 안아 반기는 아랫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머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남창 장엔 어물 전에 들려 봄철 제일 맛있다는 멍게 가득 사와 멍게 비빔밥을 해 먹어야겠다. 봄나물에 투영된 재래시장의 단상 염정금 오매 환장하겠네 근질대는 이 기운 어찌할 거나 눈 녹는 개천이 돌돌 휘돌면 버들강아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잦은 봄비에 가지마다 톡톡 새순이 돋는 봄 보릿고개 시절 고봉으로 떠 담아도 늘 허기져 볼 언저리 마른버짐 피었던 우리들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입버릇처럼 챙겨주시는 할매 목소리 밥 굶지 않은 21세기에도 자꾸만 환청으로 들려와 바구니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을 휘돌며 갓 싹 올린 달래 냉이 씀바귀를 찾는다 자작시 봄날처럼 학기말 봄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오곤 했다. 그 때마다 옆에 사는 동갑내기 아이와 들로 산으로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외할머니는 캐온 나물을 데쳐 들기름 잔뜩 넣어 무쳐 주었고 나물 캐느라 밥 때를 놓친 나는 밥 두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 댁에 가면 늘 할머니의 인사가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였고 행여 손주 살 내릴까 싶어서인지 고봉으로 밥을 퍼 주셨다. 김장김치가 적당하게 익는 것을 넘어 시큼해진 요즘, 달래. 냉이, 씀바귀는 향긋함으로 입맛을 살리고도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봄나물이 가난한 시절 곡식을 대신했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마저 먼 보리 고개 시절, 산야의 나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해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로 배를 채워야했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곡절한 사연을 들었던 세대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길 가 풀숲을 헤치고 쑥과 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간혹 동천 변이나 공원 변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아주머니가 한 둘 눈에 띄긴 하지만 요즘엔 쑥, 냉이, 달래 봄나물들이 대량으로 재배되어서인지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다니는 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농협마트에 들렸다 포장된 쑥과 보리 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토장국 생각이 나 사 왔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쌀 뜨물 진하게 받고 보리새우까지 넣어 끓였는데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하기야 요즘 나물도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 나물과는 맛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컸다. ‘남창 재래시장에 가면 분명 노지 나물이 있을 거야.’ 어릴 적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캤던 나물을 떠 올리며 아래 장 채소 전을 찾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소 전엔 줄기가 긴 재배 쑥과 다른 짧고 도톰한 줄기에 잎이 풍성한 쑥부터 시작해 잎보다 뿌리가 통통한 냉이, 달래, 여린 머위 등 봄나물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한눈에 봐도 논두렁, 밭두렁에서 캐온 야생 봄나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엔 쌀뜨물 진하게 받아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끓여 주시고. 봄이면 손수 캔 쑥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쑥버무리와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와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면 가지나물, 밀가루 묻힌 여린 고추무침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게 하곤 해서인지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입맛을 잃을 때면 할머니의 시래깃국과 봄나물 반찬이 생각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봄나물 파는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투영되었고 봄 향기를 넘어 초등 시절, 외할머니 댁을 찾을 때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쑥과 냉이, 달래가 반기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들어선 듯 푸근했다. 현산면에 사신다는 할머니가 밭둑에서 직접 채취해 왔다는 쑥, 냉이, 달래를 사와 봄 밥상을 차렸다. 봄 도다리쑥국, 냉이나물, 달래장이 곁들어진 밥상! 오랫동안 잊고 산 추억의 빗장을 풀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불러들였다. 남편도 봄엔 봄 도다리쑥국이 최고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올봄, 향긋한 봄 밥상을 전한 재래시장은 외할머니의 깊은 정이 배인 봄나물 추억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5일 장인 재래시장을 보러 갈 때면 꼭 나를 데리고 갔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그리고 간간이 사온 생선이나 채소 등을 들고 와 내 곁에 두고 또다시 다른 것을 사러 가셨다. 그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보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에 젖곤했다. 물건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조는 꼬막 장수 할머니에게선 갯벌에서 일하던 모습이 상상되고, 수북한 나물 대야 앞에 둔 아주머니에게선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며 나물 캐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까지 떠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할 수 있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맵찬 겨울과 뙤약볕에 구슬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여름도 있었지만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의 각종 나물이 가득한 봄과 감, 밤, 배, 대추 등 풍성한 가을의 재래시장은 무안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전이나 어물 전에 서 있는 날이면 팔고 사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채소, 나물, 생선의 이름은 마치 우리 산야,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어릴 적 즐거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였지만 북적거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펄떡이는 생선, 싱싱한 야채 등을 보며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재래시장의 추억은 어디 이뿐일까. 시장을 다 보신 후 사 주신 설설 끓듯 내어온 뜨끈한 순대 국밥이나 팥죽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자리해 곧잘 찾는 음식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보다 그 끝에 따르는 순대 국밥과 팥죽 때문에 두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는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전통 5일 장은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우리 토종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을 넘어 사람살이까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찾은 시장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웃,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움을 통해 그 간 살이의 정보를 듣는 훈훈한 장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어물전의 질척임과 비릿한 내음은 바닷사람의 짠 내음 나는 고단함이 전해지고 누릿함이 코를 후비는 육 전에서는 소 한 마리를 잡던 옛 고향 마을 잔치 같은 풍성함이 전해진다. 각종 채소를 파는 채 전에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산야를 휘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곤 하였다. 유리 칸에 말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의 상품은 잘 다듬어져 편리하긴 하지만 진득한 그리움, 정겨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일부러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찾는다. 북적임, 질척임, 소란함, 훈훈함, 넉넉함, 정겨움이 두 팔로 안아 반기는 아랫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머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남창 장엔 어물 전에 들려 봄철 제일 맛있다는 멍게 가득 사와 멍게 비빔밥을 해 먹어야겠다. 봄나물에 투영된 재래시장의 단상 염정금 오매 환장하겠네 근질대는 이 기운 어찌할 거나 눈 녹는 개천이 돌돌 휘돌면 버들강아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잦은 봄비에 가지마다 톡톡 새순이 돋는 봄 보릿고개 시절 고봉으로 떠 담아도 늘 허기져 볼 언저리 마른버짐 피었던 우리들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입버릇처럼 챙겨주시는 할매 목소리 밥 굶지 않은 21세기에도 자꾸만 환청으로 들려와 바구니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을 휘돌며 갓 싹 올린 달래 냉이 씀바귀를 찾는다 자작시 봄날처럼 학기말 봄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오곤 했다. 그 때마다 옆에 사는 동갑내기 아이와 들로 산으로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외할머니는 캐온 나물을 데쳐 들기름 잔뜩 넣어 무쳐 주었고 나물 캐느라 밥 때를 놓친 나는 밥 두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 댁에 가면 늘 할머니의 인사가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였고 행여 손주 살 내릴까 싶어서인지 고봉으로 밥을 퍼 주셨다. 김장김치가 적당하게 익는 것을 넘어 시큼해진 요즘, 달래. 냉이, 씀바귀는 향긋함으로 입맛을 살리고도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봄나물이 가난한 시절 곡식을 대신했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마저 먼 보리 고개 시절, 산야의 나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해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로 배를 채워야했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곡절한 사연을 들었던 세대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길 가 풀숲을 헤치고 쑥과 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간혹 동천 변이나 공원 변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아주머니가 한 둘 눈에 띄긴 하지만 요즘엔 쑥, 냉이, 달래 봄나물들이 대량으로 재배되어서인지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다니는 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농협마트에 들렸다 포장된 쑥과 보리 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토장국 생각이 나 사 왔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쌀 뜨물 진하게 받고 보리새우까지 넣어 끓였는데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하기야 요즘 나물도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 나물과는 맛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컸다. ‘남창 재래시장에 가면 분명 노지 나물이 있을 거야.’ 어릴 적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캤던 나물을 떠 올리며 아래 장 채소 전을 찾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소 전엔 줄기가 긴 재배 쑥과 다른 짧고 도톰한 줄기에 잎이 풍성한 쑥부터 시작해 잎보다 뿌리가 통통한 냉이, 달래, 여린 머위 등 봄나물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한눈에 봐도 논두렁, 밭두렁에서 캐온 야생 봄나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엔 쌀뜨물 진하게 받아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끓여 주시고. 봄이면 손수 캔 쑥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쑥버무리와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와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면 가지나물, 밀가루 묻힌 여린 고추무침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게 하곤 해서인지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입맛을 잃을 때면 할머니의 시래깃국과 봄나물 반찬이 생각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봄나물 파는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투영되었고 봄 향기를 넘어 초등 시절, 외할머니 댁을 찾을 때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쑥과 냉이, 달래가 반기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들어선 듯 푸근했다. 현산면에 사신다는 할머니가 밭둑에서 직접 채취해 왔다는 쑥, 냉이, 달래를 사와 봄 밥상을 차렸다. 봄 도다리쑥국, 냉이나물, 달래장이 곁들어진 밥상! 오랫동안 잊고 산 추억의 빗장을 풀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불러들였다. 남편도 봄엔 봄 도다리쑥국이 최고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올봄, 향긋한 봄 밥상을 전한 재래시장은 외할머니의 깊은 정이 배인 봄나물 추억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5일 장인 재래시장을 보러 갈 때면 꼭 나를 데리고 갔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그리고 간간이 사온 생선이나 채소 등을 들고 와 내 곁에 두고 또다시 다른 것을 사러 가셨다. 그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보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에 젖곤했다. 물건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조는 꼬막 장수 할머니에게선 갯벌에서 일하던 모습이 상상되고, 수북한 나물 대야 앞에 둔 아주머니에게선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며 나물 캐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까지 떠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할 수 있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맵찬 겨울과 뙤약볕에 구슬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여름도 있었지만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의 각종 나물이 가득한 봄과 감, 밤, 배, 대추 등 풍성한 가을의 재래시장은 무안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전이나 어물 전에 서 있는 날이면 팔고 사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채소, 나물, 생선의 이름은 마치 우리 산야,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어릴 적 즐거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였지만 북적거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펄떡이는 생선, 싱싱한 야채 등을 보며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재래시장의 추억은 어디 이뿐일까. 시장을 다 보신 후 사 주신 설설 끓듯 내어온 뜨끈한 순대 국밥이나 팥죽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자리해 곧잘 찾는 음식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보다 그 끝에 따르는 순대 국밥과 팥죽 때문에 두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는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전통 5일 장은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우리 토종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을 넘어 사람살이까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찾은 시장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웃,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움을 통해 그 간 살이의 정보를 듣는 훈훈한 장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어물전의 질척임과 비릿한 내음은 바닷사람의 짠 내음 나는 고단함이 전해지고 누릿함이 코를 후비는 육 전에서는 소 한 마리를 잡던 옛 고향 마을 잔치 같은 풍성함이 전해진다. 각종 채소를 파는 채 전에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산야를 휘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곤 하였다. 유리 칸에 말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의 상품은 잘 다듬어져 편리하긴 하지만 진득한 그리움, 정겨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일부러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찾는다. 북적임, 질척임, 소란함, 훈훈함, 넉넉함, 정겨움이 두 팔로 안아 반기는 아랫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머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남창 장엔 어물 전에 들려 봄철 제일 맛있다는 멍게 가득 사와 멍게 비빔밥을 해 먹어야겠다. ㅈ 봄나물에 투영된 재래시장의 단상 염정금 오매 환장하겠네 근질대는 이 기운 어찌할 거나 눈 녹는 개천이 돌돌 휘돌면 버들강아지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잦은 봄비에 가지마다 톡톡 새순이 돋는 봄 보릿고개 시절 고봉으로 떠 담아도 늘 허기져 볼 언저리 마른버짐 피었던 우리들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 입버릇처럼 챙겨주시는 할매 목소리 밥 굶지 않은 21세기에도 자꾸만 환청으로 들려와 바구니 옆에 끼고 논두렁 밭두렁을 휘돌며 갓 싹 올린 달래 냉이 씀바귀를 찾는다 자작시 봄날처럼 학기말 봄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오곤 했다. 그 때마다 옆에 사는 동갑내기 아이와 들로 산으로 쑥과 냉이, 달래 등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 외할머니는 캐온 나물을 데쳐 들기름 잔뜩 넣어 무쳐 주었고 나물 캐느라 밥 때를 놓친 나는 밥 두 그릇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 댁에 가면 늘 할머니의 인사가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였고 행여 손주 살 내릴까 싶어서인지 고봉으로 밥을 퍼 주셨다. 김장김치가 적당하게 익는 것을 넘어 시큼해진 요즘, 달래. 냉이, 씀바귀는 향긋함으로 입맛을 살리고도 겨우내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봄나물이 가난한 시절 곡식을 대신했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쌀은 떨어지고 보리 수확마저 먼 보리 고개 시절, 산야의 나물로도 배를 채우지 못해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로 배를 채워야했다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곡절한 사연을 들었던 세대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길 가 풀숲을 헤치고 쑥과 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간혹 동천 변이나 공원 변에서 쑥과 냉이를 캐는 아주머니가 한 둘 눈에 띄긴 하지만 요즘엔 쑥, 냉이, 달래 봄나물들이 대량으로 재배되어서인지 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러 다니는 처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며칠 전 농협마트에 들렸다 포장된 쑥과 보리 싹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할머니와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토장국 생각이 나 사 왔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쌀 뜨물 진하게 받고 보리새우까지 넣어 끓였는데도 향이 진하지 않았다. 하기야 요즘 나물도 대량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노지 나물과는 맛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실망이 컸다. ‘남창 재래시장에 가면 분명 노지 나물이 있을 거야.’ 어릴 적 논두렁 밭두렁을 헤매며 캤던 나물을 떠 올리며 아래 장 채소 전을 찾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소 전엔 줄기가 긴 재배 쑥과 다른 짧고 도톰한 줄기에 잎이 풍성한 쑥부터 시작해 잎보다 뿌리가 통통한 냉이, 달래, 여린 머위 등 봄나물들이 오는 손님들을 반겼다. 한눈에 봐도 논두렁, 밭두렁에서 캐온 야생 봄나물임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겨울엔 쌀뜨물 진하게 받아 시래깃국을 뜨끈하게 끓여 주시고. 봄이면 손수 캔 쑥에 쌀가루를 넣어 만든 쑥버무리와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와 조물조물 무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었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면 가지나물, 밀가루 묻힌 여린 고추무침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게 하곤 해서인지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거나 입맛을 잃을 때면 할머니의 시래깃국과 봄나물 반찬이 생각나곤 한다. 그래서일까? “밥은 먹었냐? 몸은 괜찮냐?” 봄나물 파는 할머니 모습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투영되었고 봄 향기를 넘어 초등 시절, 외할머니 댁을 찾을 때면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쑥과 냉이, 달래가 반기는 것이 마치 할머니 댁에 들어선 듯 푸근했다. 현산면에 사신다는 할머니가 밭둑에서 직접 채취해 왔다는 쑥, 냉이, 달래를 사와 봄 밥상을 차렸다. 봄 도다리쑥국, 냉이나물, 달래장이 곁들어진 밥상! 오랫동안 잊고 산 추억의 빗장을 풀고 아스라한 기억들을 불러들였다. 남편도 봄엔 봄 도다리쑥국이 최고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올봄, 향긋한 봄 밥상을 전한 재래시장은 외할머니의 깊은 정이 배인 봄나물 추억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5일 장인 재래시장을 보러 갈 때면 꼭 나를 데리고 갔다. 이것저것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그리고 간간이 사온 생선이나 채소 등을 들고 와 내 곁에 두고 또다시 다른 것을 사러 가셨다. 그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기다림이 지루하기보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에 젖곤했다. 물건을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조는 꼬막 장수 할머니에게선 갯벌에서 일하던 모습이 상상되고, 수북한 나물 대야 앞에 둔 아주머니에게선 논두렁, 밭두렁을 다니며 나물 캐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까지 떠올리며 나만의 이야기를 꾸며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할 수 있었다. 시린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맵찬 겨울과 뙤약볕에 구슬땀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여름도 있었지만 달래, 냉이, 씀바귀, 돌나물 등의 각종 나물이 가득한 봄과 감, 밤, 배, 대추 등 풍성한 가을의 재래시장은 무안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채소 전이나 어물 전에 서 있는 날이면 팔고 사며 하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채소, 나물, 생선의 이름은 마치 우리 산야,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정겨웠었다. 이처럼 재래시장은 어릴 적 즐거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였지만 북적거리며 오가는 사람들과 펄떡이는 생선, 싱싱한 야채 등을 보며 생명의 약동을 일깨우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재래시장의 추억은 어디 이뿐일까. 시장을 다 보신 후 사 주신 설설 끓듯 내어온 뜨끈한 순대 국밥이나 팥죽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맛으로 자리해 곧잘 찾는 음식이다. 어쩌면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보다 그 끝에 따르는 순대 국밥과 팥죽 때문에 두 말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는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전통 5일 장은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없는 우리 토종 재료를 살 수 있는 것을 넘어 사람살이까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찾은 시장에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웃,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움을 통해 그 간 살이의 정보를 듣는 훈훈한 장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어물전의 질척임과 비릿한 내음은 바닷사람의 짠 내음 나는 고단함이 전해지고 누릿함이 코를 후비는 육 전에서는 소 한 마리를 잡던 옛 고향 마을 잔치 같은 풍성함이 전해진다. 각종 채소를 파는 채 전에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산야를 휘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구치곤 하였다. 유리 칸에 말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의 상품은 잘 다듬어져 편리하긴 하지만 진득한 그리움, 정겨움, 훈훈함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일부러 전통시장인 아랫장을 찾는다. 북적임, 질척임, 소란함, 훈훈함, 넉넉함, 정겨움이 두 팔로 안아 반기는 아랫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할머니,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다음 남창 장엔 어물 전에 들려 봄철 제일 맛있다는 멍게 가득 사와 멍게 비빔밥을 해 먹어야겠다. 2
- 사서 들고 다니려면 힘들어서인지 중간에 나를 세워두고 장을 휘돌며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언제나 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건을 산 장소에 나를 있게 한 뒤 물건을 사러 다니셨다...
에세이#재래시장
- 나는 악처다
- 사서하며 다닌다.뒷마당의 두 그루의 감나무는 올해도 두 접은 실하게 감을 달아 놓았나 보다. 오늘은 납작감을 한 자루 담아다 쏟아 놓는다. 짜잖은 텃밭이라고 나에게는 괄세를 받았는..
에세이
- 이곳으로 포토에세이를 써야할지 박주가리등등
- 사서도 술먹으니 사다줌 되도 생각하시나보다좋아한다고 뻔이 독이 되는것을 선물이라고 사다줄수는 없는것이다그 상황 설명해도 도통 그말은 들어오지 않고 본인이 말한되로 안한것만이 서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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